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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fe

[힐링이 필요해] 스스로를 방부처리하는 방법

by 공군 공감 2014. 5. 22.








[힐링이 필요해] 스스로를 방부처리하는 방법 



군대는 기본적으로 단체생활이고 계급사회이다. 나보다 5살은 어린 녀석한데, "미쳤냐? 개념없어?"라는 소리를 들어도 참아야 하며, 황금같은 주말 고참들의 축구 놀이에 끌려가 볼보이를 하고 있어도 웃으며 그 상황을 즐겨야 한다. 가끔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며 하이킥을 날리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군생활은 기본적으로 단체생활이다. 




  사실 가끔식 욱할 때가 있다. 사회에서 마주쳤다면, 순간 녀석은 성인남성 치아가 몇 개인지 확인하게 되었겠지만, 대낮부터 뭐라고 하면 상대가 하루종일 기분 나쁠 것 같고, 저녁에는 쉬어야 할 것 같기도 해서, 뭐.. 난 배려심 많은 남자니까. 아무튼. 이 곳 군대에선 "죄송합니다!" 라고 복창하며 조용하게 살아야 한다. 군대라는 곳은 개인보다 단체가 우선시 되는 곳이다. 머리로는 군대라는 조직과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만 막상 닥치면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개인에 따라 감성적이거나 내성적인 성격이 강할 경우 더 벅차게 느껴지는 곳이 군대이다. 















군인을 괴롭히는 법.



  군인을 괴롭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안 괴롭혀도 괴롭다"라고 한다. 군대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특히 이등병때 느끼는 스트레스는 더 할 것이다. 전역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재입대하는 꿈을 꾸고 있다는 A씨(33세, 무직)는 이등병 시절이 지옥과 같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등병 시절 할 수 있었던 말이 "예 그렇습니다." 와  "아닙니다" 밖에 없었다. 2014년의 지금은 이러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군대는 군대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던져저서 새로운 사람들과 하루종일 적응 하는 기분. 황당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오묘한 감정이다. 우리는 자유도가 낮을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특히 이등병은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가장 적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기통제력이 약할수록, 즉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작을수록 스트레스는 커지고 그만큼 건강이 악화된다. 

- 강준만, <감정독재> 










군대라는 조직은 사회에서 격리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변한다



 군대에는 한가지 마력이 존재한다. 이등병은 이등병 같고 병장은 병장 같다. 약간 무언가 얼어 있으면서 콧물을 찔찔 거리고 있으면 그는 이등병이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조직의 최하위에서 최상위까지 최단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군대이며 스스로도 그 위치에 따라 변한다.  2년이란 시간동안 성장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변할 수도 있다. 특히 군대처럼 폐쇄된 공간이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나도 모르게 변할 수가 있다. 항상 나의 위치를 확인하며 나를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계급장의 작대기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제대할 무렵이면, 성장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속의 주인공들은 꿈꾸던 삶을 살고자 했지만, 현실 속에서 길을 잃는다. '소비사회'를 주제로 한 만큼 군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관찰하는 시선 즉, 객관적 거리 두기이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면 달라졌겠지만 당시 그들은 생각이란 걸 하지 않고 살았기에, 어느 정도까지 자신들의 가치관이 바뀌었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외모뿐 아니라 자신들을 둘러싼 모든 것,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변해 버렸는지, 그들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들을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진정 놀랐을 것이다. 

- 조르주 페렉, <사물들> 








계급이 올라갈수록 항상 얼어있던 이병도 점차 일병답게, 상병답게, 병장답게 변해간다. 





여러분 참 쉽죠? 


  다들 보람차고 멋진 군생활을 꿈꾼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독서나 운동 등 다양한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실상은 매일같이 TV 속의 걸그룹에게 환호하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친환경 인간으로 2년을 보내고는 한다.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고 그리고 목표하는 대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꼬꼬마 시절부터 영어가 중요하다고 의욕을 불태웠지만, 아직도 주변에 영어공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고만 있지 않는가. 목표하는 삶이 눈 앞에 있고 큰 노력 없이 구할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가치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표로 걸어가는 과정속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 TV를 보며 발견하는 걸그룹의 무브먼트도 기쁨의 요소이지만, 군대에서 목표를 이뤄가면서 얻는 기쁨도 무시할 수 없는 행복이다. 후회없는 군생활을 한다는 것. 사실 어려운게 맞다. 스피노자도 정신의 참된 평화에 대해서 논하면서도 그 어려움에 대해서 말했다.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뿐만 아니라 드물다고 말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 도전해볼 만 하다





현자는 현자로서 고찰되는 한 정신적으로 결코 고통받지 않고 영원한 필연성에 의해 자신과 신과 사물을 인식하며, 존재하기를 멈추지도 않으며 항상 정신의 참된 평화를 소유한다. 이런 상태로 인도하기 위해 내가 제시한 방법이 지금 매우 어렵게 보인다고 할지라도 발견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드물게 발견되는 것은 틀림없이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구원이 손에 잡혀 큰 노력도 없이 발견될 수 있다면 어찌 모든 사람이 그것을 무시했겠는가?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드문 만큼 어렵다.

- 이수영,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  











군생활을 하는 과정속에서 행복을 찾고 의미를 찾아야 한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군대는 2년동안 거쳐가는 과정이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어쩌면 인생에서 치뤄야 할 가장 큰 과제일지도 모른다. 군대를 가서 변했다는 소리를 종종 듣고는 한다. 방향성이 있는 성장과 흐르는 물따라 변하는 변질은 그 성격부터 다르다. 사회에서 가지고 있던 감수성이나 감각들을 군대에서 많이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군생활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생각과 걸어온 길에 따라 매우 상대적이고 설명하기도 대단히 힘들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군생활은 하나의 '모범 정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목표'로 묘사 되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가 늘 의식하며 목적지를 잊지 않을 때 2년의 시간 동안 나의 가치들도 잃지 않을 것이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현실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길고 유연한 밧줄에 속에서 '자유'를 갖는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부처리와 관련된 책들

강준만. 2013. <감정독재> 인물과사상사.
조르주 페렉. 2011. <사물들> 펭귄클레식코리아.
이수영. 2013.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 오월의봄.

프란츠 카프카. 2014. <꿈, 프란츠 카프카> WORKROOM.
아사이 료. 2013. <누구>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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