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영화 속에서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들은 본 적이 있으세요? 힘센 악당들은 하나같이 인간들을 괴롭히며 세계정복을 꿈꾸지만 우리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악당을 물리치는 히어로(Hero)가 등장할 것을 알고 있지요. 그들은 총알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수 무기를 사용해 혼자서도 수십 수백의 적들을 물리치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우리 공군도 수는 적지만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각 분야에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든든한 공군 장병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장병 하나하나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일당백의 히어로입니다. 2014년, 대한민국의 하늘, 정예 공군이 지키겠습니다!
적의 심장을 박살내라
공군조종사. 탑건
탑건
2013년 탑건(TOP GUN)에 선발된 제19전투비행단 소속의 KF-16 조종사 김태석 소령. 김 소령은 2013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1,000점 만점에 995점을 받았다. AIM-120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30km가 넘는 거리의 가상 적기를 명중시켰고, 약 6천미터 상공에서 레이저 유도폭탄을 투하해 10미터 크기의 지상 목표물을 파괴했다. 처음 출전한 대회여서 그 결과가 더욱 놀라웠다. 하지만 그가 탑건에 선발된 것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생각한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는 매 순간이 판단의 연속이다. 잠시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몇 초라는 짧은 순간마다 정확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무 실패나 항공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은 곧 영공방위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조치해야 할까? 정확한 상황판단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나를 던져보는 것이죠.”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똑같은 비행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매 비행마다 새로운 전장상황이라고 가정하고, 항상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터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또 그는 체력단련을 강조했다. “공중전투기량을 연마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꾸준한 체력관리입니다. 중력의 9배를 견뎌야하는 KF-16 조종사에게 체력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죠.”
변명은 없다!
김 소령은 공사 50기로 임관해 주 기종인 KF-16 1,148시간을 포함해 총 1,667시간의 비행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맥스선더 등의 연합훈련에 참가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레드플래그 훈련에도 참가해 세계 각국의 우수한 조종사들과 연합훈련을 함께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김 소령은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말이 있다. 故 오충현 대령이 남긴 ‘군인은 오로지 충성만을 생각해야 한다. 비록 세상이 변하고 타락한다 해도 군인은 조국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의 후배이자 같은 편대인 차용범 대위는 그를 “후배들의 고충을 잘 들어주고 항상 웃으시는 형 같은 선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행을 준비할 때 “변명은 없다(No Excuse!)”라고 강조하는 김 소령이 누구보다 냉철하고,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소령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대대장 황영식 중령의 말을 빌리자면 김 소령은 ‘군인정신이 투철한 최정예 전투요원이며, 부여된 일은 반드시 완수해내는 믿음직한 조종사’임이 틀림없다.
그물 같은 감시망
항공통제사
최우수 통제사
제32방공통제 전대 김우익 대위는 2013 공중전투요격관제대회가 인정한 최우수 통제사다. 공중요격관제대회는 영공에 침투하는 적기에 대한 요격임무를 수행하는 아군 전투기를 지상에서부터 최적의 공격위치까지 유도하는 방공무기통제기술을 겨루는 대회다. 전투기에 장착된 레이더는 한정된 지역만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각종 첨단 기기를 통해 광범위한 전장의 항적을 파악하고 있는 통제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항공통제사는 공중에서 적기의 움직임을 고려한 최적의 공격루트를 분석해 아군 전투기 조종사에게 신속히 전달해야 한다. 김 대위는 이번 공중전투요격관제대회에서 F-5, F-4, F-15K 편대가 가상의 적기를 요격할 수 있도록 성공(Mission Accomplished)적으로 통제했다.
빈틈없는 영공감시
중앙방공통제소는 대한민국 전역 및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 대해 24시간 동안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영공 감시를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레이더를 모니터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영공 방위 임무다. 공중 감시, 항적 식별 및 타군과 민간항공기에 대한 공중 협조 업무를 수행하며, 적으로 의심되는 미식별 항공기를 찾아 전술조치를 한다. 최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고, KADIZ가 확장됨에 따라 남부지역에 대한 관심과 전술조치의 중요성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
WORK HARD, SMART, TOGETHER
김우익 대위는 임무시간 외에도 틈틈이 항공 규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다른 통제사들과의 통제 경험을 나누는 전술 토의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들이 항공 통제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지식을 축적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통제사는 동시에 수많은 항적을 통제하면서도, 안전한 공중상황을 유도해야 하며, 동시에 적성·외국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와 민간항공기 협조에 대한 정확한 절차와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수면시간이 바뀌는 교대 근무 속에서도 주의력을 높이고, 지치지 않는 건강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항공통제작전은 분업화된 여러 인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팀워크를 발휘해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반영한 32전대의 슬로건은 “WORK HARD, SMART, TOGETHER”이다. 각자의 성실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모두가 화합하여 열심히 일하고(Work Hard), 전문성을 제고하고(Smart), 다함께 일해야(Together) 한다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 확장으로 인해 변화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항공통제는 적극적인 통제와 감시로 대한민국의 국익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 번에 성공이 아니면 완전한 실패다
폭발물처리사
폭발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출동
전형원 상사는 38전대 폭발물처리반의 선임부사관이다. 전반적인 폭발물 처리임무와 폭발물처리반 요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테러위협에 대비해 동료들과 조를 짜서 24시간 비상대기 근무에도 투입된다. 그의 가슴에는 폭탄을 방패로 감싸고 있는 흉장이 달려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환경을 보호하는 폭발물처리사의 임무를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폭발물처리요원들은 폭발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출동한다. 불발탄, 유기탄, 매몰탄 등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주 임무다. 우선 폭발물을 발견하면 이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해 안전조치를 한 뒤 처리한다. 안전조치된 폭발물은 안전이 확보된 장소로 이동하여 폭파나 소각하지만, 이동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발견된 장소에서 인원을 대피시키고 폭파시키는 경우도 있다.
밤 슈트에 생명을 맡긴다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로 유명한 폭발물처리사는 눈에 띄는 밤 슈트를 입는다. 그가 생명을 의지하는 밤 슈트는 EOD-9이라는 이름의 장비로 폭발에 대한 중압, 분열, 충격, 열에 대한 방호능력이 있다. 헬멧은 600m/s 속도의 파편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할 수 있고, 가슴에는 1,800m/s 속도로 날아오는 파편으로 날아오는 파편을 견뎌낼 수 있다. 무선통신 시스템이 있어 다른 요원들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고, 화생방 보호내의가 있어 화생방 공격에도 끄떡없다
운명과 숙명
전 상사의 책상에는 ‘운명’과 ‘숙명’ 두 단어가 적혀 있다. 인간을 지배하는 초인적인 힘을 뜻하는 ‘운명’ 그리고 그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하는 ‘숙명’이다. “폭발물처리는 한 번에 성공이 아니면 완전한 실패입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는 것이지요.” 전 상사는 항상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폭발물처리사에게는 폭발물에 대한 지식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했다. 극도의 긴장감이 온 몸을 휘감는 폭발물 처리 현장에서 소위 ‘찍기’는 통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알고, 정확하게 판단해야만 안전하게 폭발물을 처리해낼 수 있다. 김 상사는 매일 폭발물을 마주하면서도 한 번도 익숙하거나 만만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폭발물은 정말 위험합니다. 하지만 군인인 이상 폭발물을 두고 도망치지는 않겠습니다.”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일에 자긍심을 느끼는 폭발물 처리사들의 투철한 국가관을 느낄 수 있었다.
전투기 분해·조립을 내손으로
기체정비사
항공기 완전분해→검사→재조립
공군의 정비사들 중 기체정비사의 비율이 가장 높다. 항공기를 운영하는 공군이니 만큼 당연한 이야기다. 항공기 정비는 부대정비, 야전정비, 창정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각 비행단에서 할 수 있는 범위는 부대정비와 야전정비이고, 가장 상위 단계인 창정비는 군수사령부 예하의 항공정비창에서 담당한다. 손을 씻고 목욕하는 것은 집에서 할 수 있지만, 건강검진은 일정 수준의 시설을 갖춘 곳에서 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창정비는 예방정비 능력을 초과하는 정비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며, 항공기를 완전히 분해해 검사한 뒤 재조립하는 것이다. 제82항공정비창 기체정비팀의 이정훈 원사는 F-15K의 정비를 담당하는 기체정비사다. F-15K 항공기는 아직 10년 미만으로 운영한 새 것이지만 이제는 한 대, 한 대 순서대로 항공정비창에 들러 점검을 받아야만한다. 이 원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정비창을 찾은 F-15K 항공기의 창정비를 완료했다. 정비를 마친 F-15K가 하늘을 날고 무사히 착륙했을 때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매뉴얼이 컴퓨터 한 대 분량
항공기 한 대를 완전히 분해해 부품별로 이상유무를 점검하고, 재조립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린다. “F-15K 항공기를 더 안전하고 오래 운용하기 위한 과정이니 만큼 더욱 꼼꼼하고 완벽한 정비를 해내야 하는 것이 정비사들의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 정비사들은 정비교범을 공부해야 하는데, 그 양이 책 몇 권 수준이 아니에요. F-15K 제작사인 보잉에서는 기체정비사들만을 위해 매뉴얼을 컴퓨터로 제공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원사는 컴퓨터 한 대를 꺼내보였다.“ 그래도 다른 항공기보다는 수월합니다. 장비가 대부분 디지털화되어 있거든요. 정말 최첨단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미래를 지향하는 항공정비창
기체정비사들은 규정과 절차를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정비는 곧 완벽한 항공기 상태를 보장함은 물론 비행단의 항공기 운용 측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비사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법이 없다. 기술이라는 것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인데, 자칫 방심하다가는 뒤처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공군 정비사들은 그들의 역할이 공군의 정비 역량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항공기술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래지향적 군수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82항공정비창 정비사들의 도전이 계속된다.
조류충돌은 없다
BAT
오감을 발휘하는 조류퇴치반
BAT(Bird Alert Team)는 항공운항업무의 한 분야로 한글 명칭은 조류퇴치반이다. 새가 항공기와 충돌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비행작전에 장애가 되는 각종 조류를 퇴치하는 것이주 임무이다. 제5공중기동비행단의 조류퇴치는 운항지원반장 김중훈 중사가 이끄는 BAT 요원들이 맡고 있다. BAT 요원들은 소리에 민감하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푸드덕대는 소리가 들리면 몇 마리의 새들이 어디쯤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력도 좋다. 매일 먼 산과 그 속에 점으로 나타나는 새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안구운동이 이뤄지는데, 조금 과장하면 BAT 요원들의 시력이 몽골 모겐족 못지않을 것이다.
엽총과 모터바이크
김 중사는 활주로에 새가 나타나면 언제든 배기량 125cc의 4륜구동 산악용모터바이크(ATV)를 타고 달려간다. 그가 새를 쫓기 위해 휴대하는 장비는 ‘베넬리’와 ‘베넬타’라는 엽총이다. 이 총으로 하루 50여 발의 공포탄을 사용하는데,‘ 펑’하고 총을 쏘면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새들이 푸드덕거리며 도망간다. 어떻게 보면 BAT 요원들은 항공기의 안전과 함께 새들의 안전을 함께 지키고 있다. 폭음으로 새를 쫓는 것은 새들에게 이 공간이 위험하다는 것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새를 쫓는 BAT 요원들이 역설적으로 가장 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비행단에 등장하는 새는 도요새, 황조롱이, 백로, 청둥오리 등을 포함해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이 중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도 있다. 물론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새도 위험하지만 활주로에 나타나는 동물들은 모두 BAT의 처리 대상이다. 드물게 나타나는 일이지만 길을 잃은 고라니가 멍하니 서있기도 하고, 갑자기 나타난 너구리가 종종걸음으로 활주로 옆을 지나갈 때도 있다. 현장에 출동한 BAT는 이 야생동물들에게 위험 신호를 전달하는데, 이를 못 알아듣거나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동물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탄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의 목표는 조류충돌 제로화!
포근한 날씨 속에서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무리지어 날아가는 새떼를 볼 때면 잠시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상에 젖어들기도 하지만 그런 순간은 아주 가끔이다. BAT 요원들은 비행이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활주로를 위협하는 조류 퇴치 활동을 해야 하는데, 비행시작 전부터 비행이 끝날 때까지 활주로에 서 있는 고된 임무의 원인제공자가 바로 ‘새’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항공기들의 이·착륙 사이에 잠시 활주로에 여유가 생기자 김 중사는 빨간색 조끼를 입고 엽총을 챙겼다. “올해도 저희 비행단 BAT의 목표는 조류충돌 제로화입니다. 저희 BAT 요원들은 항상 비행안전을 지킨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활주로를 따라 이동하는 4륜 ATV의 뒷모습에는 묵직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글 대위 이동혁
사진 상사 김경률
중사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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