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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Force

나는 대한민국 학사 사관후보생이다

by 공군 공감 2014. 2. 6.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 입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청주에 있는 공군 사관학교가 있고 교통대, 항공대, 한서대의 ROTC 제도도 있지만 공군에서 가장 많이 임관하는 장교는 바로 진주 교육사령부 출신 학사 사관후보생이다. 


사관학교와 ROTC는 대학생활을 준군인 신분으로 2~4년 보낸 후 장교로 임관하는 반면에 학사 장교는 대학교를 졸업할때까지 민간인으로 지내다가 입대와 동시에 3개월간의 고된 훈련을 마친 후 장교가 된다.


3개월. 밖에서 보면 짧은 시간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국방부 시계의 위엄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사관후보생들이 진주 교육사령부 정문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간은 멈춰 버리는 그 3개월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내 파란만장한 젊음이 종지부를 찍는구나.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 빨간모자를 쓴 사람들의 정체는 뭐지?

-131기 익명 소위








 이곳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없다. 처음부터 끝가지 '우리'다. 같이 입대한 약 3~400명 가량의 동기들은 이제부터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훈련을 받고, 똑같은 밥을 먹을 것이다. 사회에서 개성있는 삶을 그려왔던 이들도 모두 똑같은 '사관후보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된다. 이제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도 삭발한 머리 때문에 이미 늦었다. 






처음 전투복을 입고 공식적으로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단하는 시간이다.

곧 겪게될 고된 훈련을 생각하며 두려움과 설레임이라는 마음가짐이 동시에 든다.  





훈련 중 처음 접하는 것이 바로 제식과 도수체조이다.  

각과 통일성이 생명인 군대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독작으로 인해 아직은 모두가 서툴다.



머리로는 분명 조교와 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는데 몸은 제멋대로 움직이던 그때... 결국 열외 되어 개인과외(?)까지 받았건만 

이젠 신임소위의 패기를 담아 외쳐본다 "주목! 지금부터 국군 도수체조를 지휘하겠다. 주목 바로!"

-131기 익명 소위





M16의 무게 2.99kg. 하지만 내 손에 느껴지는 무게는 그 이상. 

게임에서나 보던 총들을 직접들어보니 "내가 진짜 군인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장한





모두의 두려움의 대상인 빨간 모자였지만, 시범을 보여줄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멋있어 보였다.

어떻게 저런 각이 나올까, 얼마나 연습한걸까, 저게 바로 참군인이구나... 






병사, 부사관, 장교 모두 비슷한 기초군사훈련을 겪지만 사관후보생(장교)은 추가로 지휘법과 권총 사격을 훈련한다.

첫 방아쇠를 당길때 느끼는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 지금까지 봤던 모든 액션 영화는 다 거짓말이구나."


티비화면에서는 3층건물에서 주인공이 뛰어내리며 양쪽 손에 권총을 한개씩 들고 마구잡이로 사격을 하면 사방에서 적들이 쓰러졌는데,

양손으로 조준한 상태로 혼신을 다해 집중해도 25m 거리에 있는 표적을 맞추긴 쉽지 않았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교육사령부에서 깔딱고개로 불리는 산길이다. 

M-16을 들고 단독군장으로 처음 산 위로 구보를 뛰었을때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박동과 찢어질 듯한 팔다리의 고통을 느껴지며,

자연스럽게 소대로부터 뒤쳐지기 시작하는 후보생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힘들어하는 이를 위해 총이나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후보생도 그 순간 만큼은 '동기'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진다.







대한민국 모든 현역과 예비역이 하나깥이 두려워하는 화생방, 특히 화학전의 위험으로부터 가장 노출된 공군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훈련이다. 눈물, 콧물, 침, 등 내 몸의 모든 액체가 하나되는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감정을 다음과 같이 순서대로 맞서게 된다.


자신감 : 3분동안 숨을 안쉬고 버티고, 나머지 2분만 죽어라 참으면 괜찮을거야. 설마 죽기야 하겠어, 

            아직까지 죽은사람도 없었는데 말이야.


의문 : 뭘까 이 느낌은. 신경이 마비 될 정도로 고통이 너무 심해서 아픔이 안느껴지는걸까, 

         숨을 참다보니 일부러 숨을 안쉬는것인가 아니면 정말 숨이 안쉬어지는 것인가. 


충격 : 정말 숨이 안쉬어진다. 나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아직 죽고 싶지 않은데. 


고통 : 내 몸속의 내장들의 위치가 처음으로 전부 파악이 되는 순간이다. 입속으로 이쑤시개 천개를 쑤셔넣은 기분. 

         이때부터 화생방실 안에 갇힌 수십명이 영혼을 담아 비명을 지른다. 


체념 : 차라리 죽고싶은 마음이 생긴다. 비명을 멈추고 운명을 받아드린다. 그런데 안죽는다. 

         그럼 어느 순간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내보내준다.


위 사진을 보면 중간에 키큰 후보생부터 오른쪽 여후보생까지 감정표현이 의문, 충격, 고통, 체념 순서대로 보인다. 

의문의 후보생과 충격의 후보생 사이에 엎어져있는 후보생은 충격에서 고통으로 넘어가는 단계이다.









가스...만민이 평등해지는 순간. 동기부여도 뜀걸음에도 끄덕없던 내가 고작 연기 앞에 무너진다. 

가스실을 뛰어나가던 그 동기. 지금 잘 살고 있을까?

-131기 익명 소위






물론 3개월간 육체적으로 힘든 훈련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명예로운 장교로 임관하기 위하여 국가관, 안보관과 같은 정신교육도 받고 동기들간의 화합을 위해 군가경연대회도 연다. 






공군이면 빠질 수 없는 제초!

겨울에는 제설이면 여름에는 제초다.








매주 훈련의 끝을 알리는 전투구보, 오와열을 맞추며 처음에는 3km를 가볍게 뛰다가 훈련 막바지에는 6km를 완전군장으로 뛰게된다. 

이때 후보생들이 헉헉대며 목이 쉴정도로 지르는 군가가 진정한 참군인의 소리다.  






처음에는 체련복 복장이라 뛸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덧 전투복 차림에 총기를 들고 나중에는 완전군장을 메고 뛰는 그 순간, 

'전투' 뜀걸음인 이유를 알게되었다. 12번의 전투 뜀걸음, 점점 성장해가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위 김현성













역시 군대의 꽃이라 불리는 유격!

유격랜드에서 각종 기구, 체조, 기합을 체험하며 본인의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맛보게 된다. 기본군사훈련의 하이라이트다.









외줄타기 부터 시작해서 유격체조 8번, 무한 '동기부여', 흙투성이로 몸과 흙이 일체가 되는 순간이다.

유격체조를 하다보면 혼이 나가게 된다. 밖에서 수재라고 불렸던 이들도 간단한 계산을 못해 동기부여를 받는다. 


"지금부터 유격체조 4번을 40회 실시하고 3의 배수는 구호를 생략한다. 체조 시작"


"하나! 둘! .... 넷! 다섯! 여서..ㅅ!!"


"여섯 나와"  












131번의 엎드려 쏴를 끝내고, 전 후보생 복명복창 "유격 끝! 유격 끝!" 외쳤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소위 김보라


















가장 인기있는 훈련은 재난통제 훈련의 환자 역할이다. 12주 동안 취침시간 제외하고 유일하게 누워있을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괴로워하는 연기를 오바하면 오바할수록 교관한테 칭찬을 받는다.







유격이 하이라이트라면 훈련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행군이다. 완전군장을 맨 체로 2박 3일간 100km 이상을 행군한다.

처음에는 군부대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는 들뜬 마음으로 출발하지만,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걷다 보면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넋이 나가기 시작한다.








내가 걷는게 걷는게 아니다.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아무리 길어도 하루는 24시간을 넘지 않을꺼라 생각했지만 행군을 하면서 나의 시간 감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소위 이창수


















최종 목적지인 산 정산에 도착했을 때 그 벅찬 감격을 표현하기에는 '야~호~'의 괴성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한계는 무한이고 이제 두려울 것이 없다라는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기지만 지금까지 왔던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우와 군인 아저씨다!! 우와 군인 아줌마(?)다!!







훈련의 정점인 행군을 마치고 나면 이제 '군인화'가 아닌 '장교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앞으로 최소 3년을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 복무할 학사 사관후보생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준비 시간이다.






더이상 후보생 신분이 아닌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서 당당하게 임관식을 시행하는 연병장을 향해 행진한다.

훈련은 끝났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군생활이 시작한다. 짧게는 3년 길게는 30년까지 군복무를 하게된다.








짧지만 인생에서 가장 묵직한 3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고요함 속에 묻어나온 필승의 외침이 모든 시간을 대변해주었다. 

-130기 소위 정상근







마지막으로 훈련의 종점을 알리는 '명예! 정의! 충성! 필승! 야!' 구호를 외치며 이들은 가족 품에 안겨 새 출발을 한다.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임소위이지만 이들의 패기는 절대 무시 못한다. 








글 

중위 정다훈


사진 

사관후보생 131기  촬영팀

교육사령부 정훈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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