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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fe

[힐링이 필요해] 불확실한 미래. 앞이 캄캄한 군생활

by 공군 공감 2014. 3. 26.









[힐링이 필요해] 불확실한 미래. 앞이 캄캄한 군생활





 당장 10분 후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 그리고 상황에 대해서 철저히 무력한 곳이 바로 군대가 아닐까 싶다. 처음 자대를 배치를 받았을 때를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마치 여학교에 홀로 들어온 남학생 처럼 모든 관심은 나에게 쏠리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접하는 모든 사람들, 그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장소들은 전부 처음 만나는 것들이다. 선임들이 던지는 농담조차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훅- 끼쳐오는 땀내까지 섞이면 불확실에서 오는 짜증은 어느새 두려움으로 바뀐다. 






훈련소 시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비단 신병 시절만이 아니다. 불확실이라는 존재는 늘 우리를 괴롭힌다. 황금같은 주말에 '사역'이라는 공지가 보이면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다. 날씨 예보에서 눈사람이라도 그려지면 그날 밤은 다 잤다고 보면 된다. 적어도 밖에서는 선택의 자유는 있다.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면 되고, 만나기 싫은 사람은 안 보면 된다. 하지만 군대라는 곳은 이러한 상황에 싫든 좋든 내가 노출되어야 한다.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은 마음의 준비라도 하지만, 갑자기 터지는 것들은 말그대로 날벼락이 되어서 돌아온다. 
















 휴가를 잘릴지 or 말지 그 경계선에서.



  전역다음으로 우리가 제일 기다리는게 있다면 그 이름도 아름다운 휴.가. 이다.  많은 이들이 이제 얼마 뒤에는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휴가를 불확실하게 하는 녀석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필 내가 휴가를 나가는 기간에 훈련이라도 잡히거나, 뉴스에 '북한 미사일' 이런 단어라도 뜨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사실 휴가를 잘리는 것보다 '잘릴지 or 말지'의 그 애매한 경계선에 있을때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꼬꼬마 시절 모의고사를 볼때 OMR 마킹 전, 3점짜리 문제 답 이 두 개가 나왔을 때 무엇을 선택할 지의 고민과 같다. 막상 마킹을 하고 나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이렇듯 '불확실'은 우리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 부정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내가 그 상황에 처하기 전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정적인 사건을 '어느정도' 이해하는 것이 아예 모르는 것 보다는 바람직하다. 우리는 사실 왜 이런 골치 아픈 일이 내게 일어났는지, 혹은 나쁜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정도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가장 끔찍한 기분을 느낀다. 

- 티모시 윌슨, <스토리 -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처방>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


 

  커플링을 사서 양손에 끼웠다. 그렇게 아무리 울어도 안생겼다. 우리의 한계부터 먼저 인지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사유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사유로 인해 나약한 동물이다. 상상은 불안을 낳고 때로는 그 불안이 현실이 되기에 우리를 두려움으로 몰아 넣는다. C를 받아 교수님게 문의를 하면, 생각대로 D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인간의 한계와 나약함에 대해서 충고를 한다. 그가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한없이 나약하며 수양이 필요한 존재로 보았다. 나만 불안하고 나만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다들 나름의 걱정과 고민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문제가 있는지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소, 마치 개가 오랜 싸움 끝에 사슬을 끊듯이.

그러나 달아나 보면, 그의 긴 쇠사슬 한 끝은 목에 달고 있지요. (프로테르티우스)

 

우리는 쇠사슬을 함께 짊어지고 다닌다. 그것은 완전한 자유가 아니다. 

우리는 버리고 온 고장으로 고개를 돌리며, 마음은 늘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포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실 포기하면 편하다. 가장 소중한 것은 포기하는 것이며, 아프니까 포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현실을 충실하게 사는 것과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다르다. '현실을 즐긴다'라는 말을 자기합리화나 포기랑 헷갈리는 이들이 많다. 행복도 자존감도 연습해야 늘어나는 법이다. 내가 지금 현실에 충실하다면 가벼운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삶을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말이 쉽지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과 같다. 톨스토이는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의 작품 <전쟁과 평화>에 등장하는 피에르는 고생과 고난 끝에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사실 우리의 삶은 마냥  좋을 수도, 마냥 나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에는 인간이 절대적인 행복이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상태도 없지만, 동시에 절대적인 불행이나 부자유를 느끼는 상태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에도 한계가 있고 자유에도 한계가 있어서, 이 한계가 대단히 접근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가 전에 지나치게 작은 무도화를 신고 있던 때나 지금 온통 물집이 생긴 맨발로 걷고 있을 때나, 고통스럽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며, 자기 아내와 결혼했을 때나, 밤에 마구간 안에 갇혀 있는 지금이나, 자유란 점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 레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별 헤는 밤



 우리의 군생활은 슬픔의 연속이다. 갓 끓인 컵라면을 통째로 바닥에 쏟아버릴 때나, 휴가를 복귀했는데 폭설이 내리거나, 여자친구는 커녕 독거노인이 될 미래가 보인다면 암울해진다. 정말 우리는 불행한 것일까? 우리가 하는 걱정 중에 진짜 필요한 걱정은 얼마 없다고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실 그러한 걱정에 쫓겨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들을 못하고 그 걱정을 현실로 만들 때가 많다. 미래가 다 정해져 있다면 마치 치트키를 치고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가 없을 것이다. 가끔은 세이브 안했는데 블루스크린이 떠서 절망도 주는게 우리 삶이란 게임이다. 우리의 군생활 아니 삶은 밤하늘과 같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린듯 캄캄해서 도대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앞에 도사린 위험과 고난은 별처럼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하늘처럼 아름다운게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의 앞날은 마치 밤하늘과 같다. 






  불확실과 관련된 책들

티모시 윌슨. 2012. <스토리 -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 처방> 웅진지식하우스.
몽테뉴. 2007. <몽테뉴 수상록> 동서문화사.
레프 톨스토이. 2009. <전쟁과 평화> 하서.

마르셀 푸르스트. 201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민음사.
알베르 카뮈. 2011. <페스트> 민음사.

프랑수아즈 사강. 2007. <한 달 후, 일 년 후>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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