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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fe

[군생활의 재발견] "투블럭 머리해주세요" 군대 이발소

by 공군 공감 2014. 4. 3.




























'지이잉' 바리깡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커다란 거울이 당신을 비추고 있는 여기는 어디? 바로 2년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당신의 머리를 책임질 군대 이발소 이다. 이발사는 무슨 파충류를 닮은 선임이 담당하고 있고, 머리를 자르고 있는 그대의 전후좌우 모두 군인들 밖에 없다. 군대 이발소를 들어가기도 전에 진한 군인의 향기가 내 코를 찌른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생각보다 청결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 이발병들이 관리하는 것은 물론 매일 청소시간에 집중적으로 청소하는 곳이 군대 이발소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이발하는 곳과 세면장이 떨어져 있어서 머리를 자르고 세면장까지 이동하는게 고역이었다. 자른 머리카락이 옷이나 속옷에 다 들어가 이발을 한번 하면 샤워랑 빨래까지 덤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 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병사 이발소 안에 세면장이 바로 옆에 있어서 이발을 쉽게 할 수 있다.  















밖에서 미용실을 갔다면 천사같은 미용사 누나가 반겨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군생활에 찌든 선임들이 하이애나 같은 미소를 지으며 반겨준다. 실력도 천차만별이다. 재수가 없는 경우 신임 이발병의 실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간혹 실수로 병장을 신병으로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다. 불만이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이것 또한 지나간다'  밖에는 돈도 내잖아. 좀 웃으면서 넘어가자. 







이발병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경험이 얼마 되지 않는 이발병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상병이나 병장쯤 되서 솜씨가 노련해진 이발병들에겐 단골손님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발병마다 고유한 스타일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발병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마치 핸드폰 브랜드끼리 경쟁과 비슷하다. 한 번 자르고 절대 다시는 머리를 부탁하지 않는 병사들이 있는가 하면, 한 이발병만 고집하여 이발병이 휴가 나갈 경우 복귀할 때까지 기다리는 병사가 있을 정도이다. 내가 경험한 단점이 있다면, 나는 이 헤어컷에 굉장히 만족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볼때는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서 지드레곤을 컷을 도전한 친구가 있는데, 한동안 유머코드로서 핫 이슈였다. 

















바리깡. 이건 사회에서 쓰이는 바리깡과 동일하다. 

보통 이발병들을 이 도구만을 가지고 다양한 기술(?) 소화해 낸다. 






가위도 존재하는 데 바리깡보다 잘 사용하지 않는다. 

가위는 정말 필요할 때만 이용하며 대부분의 작업들은 바리깡으로 해결한다.






 이발병의 일은 고되다. 일과후 이발을 진행하다 보니 자신의 자유시간을 이발을 위해서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적으면 1~2명 수준이지만 많을 경우 하루에 이발하는 사람이 10명 가까이 되기도 한다. 그럴때면 아무리 베테랑 이발병이라고 해도 피곤하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발후 생기는 잔 머리카락 또한 이발병에겐 고충거리이다. 옷에 박히는 머리카락이 따갑기도 하고 심할 경우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병도 유발하기 때문이다. 빨래를 해도 수염이 삐죽삐죽 나온 것처럼 박혀 있는 머리카락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필 체련복이 검은색 계열이라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일일히 손으로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이발병은 부대 병사들의 거의 모든 고민을 하나씩 알고 있다. 아주머니들이 머리를 볶으며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 곳이 미장원이 있다면, 군대의 이발소도 비슷하다. 거울을 보며 때론 이발병에 깊은 속사정까지 이발병에게 털어 놓고는 한다. 겉모습은 무뚝뚝해 보일지라도 이발하는 동안 하는 잡담에 익숙하다보니 만담꾼의 기질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이발병도 이 점이 이발병으로서의 최고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발 하는 시간동안 선후임과 이야기할 수 있고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발이 끝났을 때 '고맙다'고 자신에게 이야기 해 줄때의 그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남자는 머리빨'이라는 말이 있다. 군인 역시 '남자'다.  휴가를 앞둔 병사들은 그 짧은 머리를 어떻게 조금이라도 민간인 느낌을 내는지가 큰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리를 잘 자르는 이발병은 인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줄을 서서 예약을 해야 한다. 손님이 이발병보다 고참인 경우는 이것저것 부탁을 하고는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다음 휴가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적절히 길이를 조정해 주는 센스이다. 가끔 여러가지 스타일을 가지고 와서 부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군인 스타일이 거기서 거기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뭘 좀 아는 군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군대 이발소를 이용하는 병사들 모두 이발병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두발규정과 병사들의 요구사항속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병사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다. 악조건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병사들의 머리를 최대한 덜 흉하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요구다. 가끔 훈련병이나 갓 전입한 신병 스타일을 추구해서 이발병을 깜짝깜짝 놀라게도 하지만, 장병들 개개인 멋이나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장병들이 바라는 최대의 목표는 휴가를 나갔을 때 민간인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들은 군대에 두발 자유화가 도래하지 않는 이상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발병 모두 대부분 밖에서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위로휴가'를 준다는 말에 지원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밖에서 잔디라도 가꾸었거나 애견 미용이라도 했으면 다행이다. 정말 머리를 잘 자르는 이발병이 드물다. 휴가를 나가기전 이발병에 이것 저것 부탁을 하지만, 실망을 하고 휴가를 나가서는 모자를 쓰고 다니는 군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휴가때 외모가 걱정이 된다면 머리길이에 신경을 쓰기 전에 손톱이나 코털 등에 중점을 두는게 더 나을지 모른다. 숨 쉴 때 마다 코털이 들락날락 거리며 인사를 하는 사람과 있으면, 뽑아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기에 귀에서 귓밥이라도 흘러나온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머리'에 유난히 민감한 군인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군대 이발 군생활의 일부분이며, 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이렇게 군대 이발소까지 체험해봐야지 그리고 한번 쯤은 밀려봐야지 진정한 '군인 아저씨'가 됬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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