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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fe

[힐링이 필요해] 군대가면 철이 든다던데...

by 공군 공감 2014. 1. 8.







[힐링이 필요해 8화] 군대가면 철이 든다던데...






  군대는 생각할 시간이 많다. 계급이 올라감에 따라 그 생각들도 점점 현실적으로 바뀌고, 심오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가운데 내 스스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기회도 가지게 된다. 막상 나를 마주 대하면 입대전의 나와는 스스로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들 제대가 다가오면, 근거없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그 내면에는 내 분수에 대한 저울질 또한 섞여 있다. 자연스럽게 '망하지만 말자' 또는 '연애는 달팽이처럼(자웅동체)' 등 타협점도 찾게 된다. 친구들, 주변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꿈을 쫓으며 살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들 삶을 쫓으며 살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의 꿈조차 우리가 선택하기 보다는 사회의 모범답안을 따라가고 있다. 




"포기하면 편해요." 틀린 말은 아니다. 군복무를 하면서 가치관이 변하고, 내 그릇과 분수도 알게 된다. 이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능력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산다는 것이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흔히들 군대에서 '철이 든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의미에는 성숙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내면에는 현실과 타협한다는 의미도 존재한다. 그 안에는 속물근성이 포함된다. 










한번에 훅가는 수가 있다.


 속물은 무엇일까? 페이스북을 '지 자랑'으로 가득 채우는 친구를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 그냥 되도록 페북 하지마, 보는 사람 열불 나니까!"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의 위치를 비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남의 인정을 갈구하게 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을 학력, 직업 등 겉모습으로만 평가하게 된다. 그만큼 스스로도 오로지 재산이나 지위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속물은 나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하루하루 이러한 불안감과 의식들이 쌓여가다 보면 어느날 갑자기 변해버린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한 주인공처럼 말이다. 




텅 빈 방 안에서 그는 물론 사방으로 자유롭게 기어다닐 수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 혹 인간으로서의 과거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는 이미 잊고 있었다.


저는 선생님을 별로 안 믿어요. 선생님도 그냥 어디엔가 떨구어졌을 뿐이지, 선생님 발로 오신게 아니잖아요?


- 프란츠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 











어제 이 시간에는...


 "드뎌~ 나 유럽으로 배낭여행 가요요오~♬" 라는 메시지에는 이제 "어... 그래"라며 영혼 없는 답변을 할 정도로 배낭여행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흔히들 배낭여행을 가면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스펙타클함이 군대보다 더 할까? '어제 이 시간에는 파리였는데...' 와 휴가 복귀 후 '어제 이 시간에는...'을 비교하면 그 강도를 쉽게 깨달을 것이다. 배낭여행이 선택한 '모험'이 이었다면 군생활은 의도하지 않은 '날벼락'이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그만큼 나 자신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군생활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걱정거리도 많고 해야할 일도 산더미 같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현재가 절박하더라도 한걸음 물러서서 성찰 하는 힘이 필요하다.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전쟁터에서 그의 고뇌와 삶의 성찰을 담아 <명상록>을 남겼다. 그의 글에는 재난과 격무속에서 희망과 의지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 녹아 있다. 그의 고민들을 우리 군생활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인간은 과거나 미래를 잃을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잃거나 빼앗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행복하다'는 감정은 나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행운의 총아였다.

 행운이란 영혼의 선한 기질이며, 선량한 감정 선량한 행위인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건강하게만 자라겠습니다. 



 이 추운 겨울 '너 나 우리 Solo'라는 사실에 누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외롭지 않아 단지 추울뿐'이라며 자기를 위로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참을 수 있는 것도, 참을 수 있는 폭도 다른게 정상이다. '뭐 먹고 살지?' 혹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고민들을 군대에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고민에 대한 답을 꼭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회에서 제시하는 '모범답안'을 찾아 자신을 거기에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여행은 '차이'의 경험이라고 했다. 떠나온 일상생활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느껴져야지 여행이라고 한다. 군복무라는 여행을 마치고 나면 느끼고 배워가야 하는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전역'만 바라보고 살기에는 우리의 20대의 청춘이 너무도 아깝다. 그래서 내 삶에 질문을 던져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꼭 나 혼자만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콧물을 찔찔 짜고 있는 막내부터, 달력에 전역할 날만 체크하고 있는 말년 병장까지 다들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모두가 찾고자 하는 결론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군인 친구 모두에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보다는 '행복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잔소리(?)를 전하고 싶다.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변함과 관련된 책들

프란츠 카프카. 1998. <변신, 시골의사> 민음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2010. <명상록> 인디북.
밀란 쿤데라. 1999. <농담> 민음사.

움베르트 에코. 2009. <장미의 이름 상.하> 열린책들.
강신주. 2011. <철학이 필요한 시간> 사계절출판사.
몽테뉴. 2007. <몽테뉴 수상록> 동서문화사.
프랑수아즈 사강. 2007. <한 달 후, 일 년 후>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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