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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fe

[군인의 취향 19화] 마하의 남자, 전투기 조종사 편

by 공군 공감 2014. 11. 7.











대위 전병준 / 공사 59기

121대대 












조종사의 길은 언제부터?


어렸을 때 스타쉽트루퍼스 영화를 봤는데 거기 나오는 우주전투함대가 너무 멋있어 보여

내가 성인이 될 때쯤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대우주 전함시대의 선봉에 서리라는 꿈을  꿨었다.






나이가 들면서 현실을 고려하여 우주함과 가장 근접한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로 새롭게 결심하였다.

심지어 고등학교 선배인 공군 사관생도에게 선물받은 보라매 앰블램을 고등학생 시절 3년 내내 

매일같이 교복 목깃에 걸고 공군 조종사의 꿈을 선언하였다.








공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전대위 개인차량의 뒷태





공군에는 다양한 기종이 많이 있는데 그중 KF-16을 타게 된 계기는?


계기라기보다는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동북아 최강의 F-15K 등 다양한 전투기가 있지만 KF-16 조종사 선배님들의 '남자라면 단좌!" 라는 말에 혹하게 되었다. 










 


막내인 후배 파일럿들과의 훈훈한 대화 모습, 물론 연출이다



사회와는 다른 전투비행대대의 차별화된 문화가 있다면?


스무살 공군사관학교 입학 이후 계속 군생활을 이어왔기 때문에 다른 사회생활을 접해볼 길이 없어서 솔직히 차이를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히 느낀 것은,  

만약 국가가 위기상황에 빠지게 되면 전 부대원이 목숨을 걸고 조국 수호에 임한다는 생각만큼은 

사회와는 확실히 구분될 수 있는 정신인 것 같다.








비행을 하기 위해서 사전에 필요한 준비


막상 비행시간은 평균 한시간 정도로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 한시간의 비행을 위해 필요한 준비는 끝도 없다.

아직은 비행시간이 적은 막내라서 전날 부터 미리 필요한 모든 자료들을 숙지하고 

비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모든 상황들을 미리 대비하기 위하여 

머리 속에 그려나가는 '머리비행'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콤비를 타고 활주로로 향하는 전대위의 표정에서 긴장감과 설렘을 엿볼 수 있다.










첫비행 소감


그토록 기대하던 첫 비행, 

'멋있게 꼭 잘 해내야지!'

이런 생각은 전혀 들지도 않았다.


그저 교관님께 혼나지 않는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만 머리속으로 되새김질하였다.

그렇게 설렘 반 떨림 반으로 시작된 첫 비행, 이륙 후 눈 앞에 펼쳐진 하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전투기 조종사를 하면서 뿌듯한 순간들도 참 많았겠지만 때로는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아직도 그날이 선명히 기억난다.

가입교 훈련부터 같은 방을 쓰고 함께한 '브라더'라고 불리울 정도로 가까운 친구가 있었다.

5년이 지나 비행교육훈련도 같이 받아 매일 나의 옆자리를 지켜주었는데 

"다녀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비행훈련하러 간 친구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떄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다시 조종간을 잡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종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먼저 그렇게 떠나버린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은 브라더가 되고 싶었다.

친구의 몫까지 더 잘 해내고 싶었다.

지금도 가끔 그 친구의 부모님을 찾아뵙는데, 먼저 떠난 친구의 몫만큼 해낼 수 있는 나 자신이 되기를 매번 다짐한다.












정비사들과 사인을 교환하고 있는 조종사.





사진출처 : 2012년 Practice Generation 훈련






그렇게 힘든 훈련과 각종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조종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지상에서 보는 하늘과 하늘에서 보는 하늘은 다르다.

구름을 뚫고 하늘을 올라가 넓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딱 눈에 들어오는 순간, 

국가대표 OST인 'BUTTERFLY'라는 곡이 자동재생 되는 듯한 기분이다.

이 정도 설명이면 충분한 것 같다.



사진출처 : 대관령을 넘어가는 KF-16 편대




사진출처 : 제 20전투비행단에서 시행된 공중급유 훈련


사진출처 : 2014 RED FLAG ALASKA


 

KF-16의 속력은 무려 최대 마하 2.0 평상시에는 0.95 까지만 기동한다해도 무려 시속 726KM다.

그 속도감이 참 궁금하다.

 

고속도로에서 100km 보다 시내 한복판에서 70km 밟는게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이

고도에서 비행을 하다보면 배경이 크게 안바뀌어서 빠르다는 것을 전혀 실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구름을 통과할 때만큼은 그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다.




전투기 한대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정비, 관제, 정보, 수송 등 수 많은 공군인들의 노력이 숨겨져 있다




그렇다면 중력가속도 테스트를 받을때 9G를 버티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궁금하다.

경험자들의 말에 의하면 하늘이 아닌 우주로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던데...


음 쉽게 말한다면....

나와 같은 몸무게인 사람 9명이 내 위를 깔아뭉개는 상태에서도 조종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몸과 정신이 진공청소기와 같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고 

온몸의 피부가 쭈글쭈글해질 정도로 압박이 느껴질 때는 정신줄을 잡기가 혼미해진다. 

조종사들이 가장 두려워 하고 공포를 느끼는 훈련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보통 평소의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비행준비, 비행준비, 브리핑, 비행준비, 비행, 디브리핑!

그리고 다시 비행준비, 비행준비를 무한반복한다


추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즉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ALERT 근무 중에는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대기한다.

대한민국의 영공은 공군이 24시간 항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안심하고 계셔도 될 것 같다.






비행 후 땀과 마스크 자국이 남은 조종사의 얼굴, 그들의 노고를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만약 조종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고3 시절, 나는 오로지 공군사관학교 한군데만 지원했다. 


나에게는 공사 아니면 재수 오직 그 두 길 뿐이었다.

다시 태어난다해도 조종사를 선택한다.









미래의 조종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모든 직업들이 그러하겠지만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관문을 거쳐야한다

공부도 물론 잘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구하다.


힘든 훈련과 실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도 필수적인 조건이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자신의 몸은 더이상 자신만의 몸이 아닌,

영공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마음으로 관리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꿈을 듣고 싶다.


진정한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은 막내 파일럿인 NO.2 요기로서 더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꼭 조국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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