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항공우주분야, 공군역사에 대한 관심을 제고키 위해 시작된
하늘사랑 문학상의 시상식이 지난달 있었습니다.
시부문 930편, 수필부문 158편, 소설 부문 52편이 공모되어
뜨거운 경쟁을 펼쳤는데요!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신비스럽고, 아스트랄한
이번 하늘사랑 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들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수필과 소설은 너무 긴 관계로 시만 게시합니다)
시 부문 최우수, 안미선(주부)
하늘 미로
이것은 끝이고 처음인 이야기
출발점과 도착점이 풀어놓은 끈처럼 희미해지는
놀이터 모래밭, 2004년 4월 4일 오후 4시 30분
여섯 살 여자아이가 남긴 신발 한 짝과
낯선 하늘로 이어진 발자국 모양이 짙어졌다는 이야기
신발 끈을 잡아당기면 저물어 가는 태양
새들의 안내 없이 하늘 길을 걷다가
갑자기 방향을 잃는다면,
잠시 떠났던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 휘어져 있다면,
그것이 정해지지 않는 약속들이 머무는 지점이라면,
모두 집으로 가기 위해 둥글어져도
돌아가는 속도에 따라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것들
길을 벗어난 새들의 날갯짓으로
공중에 벽이 생기고
막힌 하늘이 바닥에서 공중제비를 돌고
수신음과 송신음이 귀와 심장의 경계에서 뒤엉켰다
신발을 찾기 위해 발바닥은 도구가 되고
손가락은 트라이앵글을 연주하다 동그란 세모를 그리고
정지된 표정을 벗어나려는 구름들의 외침
마구 걸음으로 달려가던 가족들은
누군가의 손짓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새의 눈빛으로 공중을 보았다
길 위에 서 있는 감정을 헤집어
새들은 날개를 찾고
하늘은 다시 오르고
둥근 걸음으로 십 년을 지나왔다 해도
갈림길도 곧은길도 한 길이라서 통과하지 못한 발걸음들
언제나 귓속의 이명처럼 놓여있는 신발 한 짝
이것은 끝나지 않은 처음인 이야기
시 부문 우수, 정재형(육군상병)
백야의 행로
무한대 하늘의 비행기는 울지 않고 식물성 시선의 곡예비행을 하고 있다.
비행기가 그리는 흰 연기의 행로 띠구름을 닮은 개선 행진곡의 행로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성베드로 병원 405호 병실 백목련 달빛이 내 발끝을 타고 물결을 새긴다.
내 몸에 이름 모를 멍이 곰팡이처럼 퍼지는 밤 나는 깊은 잠의 세계로 떠나지 못한다.
그림자 병실 침상 커튼 너머로 나를 지켜보는 무언의 시선, 말없이 아픈 엄마는 잠들지 못하고 있다.
엄마의 시선은 나보다 높은 세계에서 낮은음자리를 속삭이며 울지 않고 식물성 시선을 보탠다.
엄마는 백야의 시선으로 어떤 비행기처럼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하얀 시선의 행로를 따라 어떤 내일을 힘줄처럼 끌어당긴다.
백목련 달빛의 밤낮으로 멍의 흔적을 애써 가려보며 나는 말없이 아픈 밤을 견딘다.
회상 속에서 잠영하는 무한대 하늘의 비행기를 부르며
시 부문 장려, 이현주(주부)
우주로 보내는 문자메시지
그거 알고 있어?, 네가 떠난 날부터
바탕화면으로 지정해놓은 모래시계는
결코 떨어지지 않아
이모티콘 같이 단축된 문자를 찍었지만
너와의 거리를 단축시킬 수는 없었네
밤이면 모래시계 안에서
푸른 커튼 같은 오로라가 흔들려
한 번씩 날을 잡아 몸 이곳저곳에
고인 보낸 메시지를 삭제해보곤 했지만
매일 밤 버리고, 내보낸 그리움보다 더 크게
너의 모습을 공급 받아
콘센트에서 흘러들어오는 꿈들로
수신되지 못하고 떠돌던 글자들이
송충이처럼 남은 메모리를 갉아먹곤 해
여기 지구에서는 누군가가
자꾸만 너의 안부를 물어
혼자 되돌아오는 하굣길이나
아침 이슬로 젖은 오솔잎이나
비온 뒤의 진창길들이.
배를 뒤집고 놀고 있는 고양이라거나
바둑을 두고 있는 슈퍼 앞 할아버지들이나
물씬 풍겨오던 고로케의 냄새 같은 것들이
항상 자판을 누르는 손놀림이 되어서 와
잘 지내고 있어? 네가 끝맺지 못한 말들이
바람을 타고 내게까지 밀려들어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왜 너는 그곳에서 눈가를 감추고 있니
진흙 속에 발 묻고
너를 수신하려 고개를 높이 들곤 했어
반짝거리는 바탕화면에서
모래시계는 결코 떨어지지 않아
시 부문 장려, 심민정(회사원)
북극곰과 펭귄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마크툽! 신의 생각대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주지
나는 산티아고, 내가 믿는 보물을 찾기 위해 나비를 쫓는
적도의 펭귄21
하얗게 타서 날아가는 글자들의 무게는 21그램이다
우주의 수로 만든 가로등은 제집으로 돌아가는 영혼들의 길옆을 지켰다
북극곰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눈을 닮은 패를 지녔다
무슬림 소년의 발에 입맞춤하는 것을 보고 펭귄의 발을 씻겼다
나의 카드는 늘 곡선을 꿈꾼다 마음의 길을 읽을 때마다 백야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인 걸 깨달았을 때 노을이 무겁지 않은 곳이면 좋겠다
일어서서 뛰어 그리고 날아 세상의 아픈 영혼을 위로해 왜 자꾸 잊어 당신이 이 세계를 차지한 이유야
퀸 알렉산드라 버드 윙의 페이스메이커는 갈비뼈로 만든 깃털을 머리에 꽂은 로빈훗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그와 폐소공포증의 그녀가 만나 마천루의 섬으로 간다
85초 논스톱 엘리베이터는 웜홀이다
터널 건너 적도의 하늘에 도착하면
흰 소와 붉은 사자가 월계수 잎으로 만든 마차를 대기 시켜 놓을 것이다
마크툽! 하고 외칠 때마다
날아갔던 글자들이 0그램의 무게로 적도의 하늘 아래로 모여든다는 소문 속에
화이트홀을 빠져나온 북극곰과 펭귄이
등대로 승격한 가로등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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