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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fe

지구 저 편에서 만난 6.25의 기억, 공감팀 호주를 가다 1편

by 공군 공감 2016. 11. 29.


 

호주 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캥거루? 코알라? 아웃백? 

여러 이름과 사물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혹시 6.25라는 키워드를 떠올려 보셨는지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않고 찾아와 목숨을 다해 싸웠던 푸른 눈의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6.25 전쟁 당시 영연방군에 속해있던 호주군이었지요.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라는 말도 있지만, 만약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가능하도록 우리를 지켜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러 공감팀이 직접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시드니에서 발견한 6.25전쟁의 흔적

11월의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답게 초여름의 날씨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아래, 시드니 외곽에 위치한 무어 파크(Moore Park)의 북쪽 끝단에는 6.25 참전용사 추모 기념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었는데요. 
 

 

2009년 7월 26일 현지 교민들의 성금과 한-호주 정부가 공동 지원하여 건립된 이 6.25전쟁참전기념비는

낮게 둘러싼 돌담 가운데로 가느다란 줄기 끝에 핀 무궁화들이 높낮이를 달리 하며 무수히 놓여져 있는 모양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사이로 격전지가 적혀진 산 모양의 돌들이 있었는데, 석재는 특별히 호주 참전용사들의 건의로

호주군이 가장 많이 희생된 곳이었던 가평에서 직접 가져와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공감팀이 도착했던 날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공원에서는 가족끼리 피크닉을 즐기거나 가벼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가로이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과 나란히 서 있었던 조형물을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전쟁의 기억은 일상과 멀지 않은 곳에 있구나,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죠. 



 


6.25 전쟁의 하늘을 기억하는 이들을 만나다

다음날 공감팀은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숙소를 나섰습니다. 바로 6.25전쟁을 참전했던 예비역 조종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인데요.

당시의 치열한 전투상황과 유엔군 조종사들의 활약상을 듣기 위해 참전조종사를 수소문했고, 호주 공군의 도움을 받아 

시드니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6.25전쟁 참전 조종사 두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티어 전투기로 70여회를 출격한 존 뉴햄(John Newham) 전 호주 공군참모총장 -


첫 인터뷰는 시드니 근교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만난 조종사는 전 호주 공군참모총장이었던 존 뉴햄(John Newham) 씨. 

엄한 할아버지같은 첫 인상이었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로 공감팀을 맞아주었습니다. 

 

 

올해로 85세를 맞은 존 뉴햄 씨는 1951년 호주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교육을 거친 후 1953년 초 6.25전쟁에 참전했다고 합니다. 

참전 당시 사용했던 글로스터 미티어(Gloster Meteor)기를 몰며 전쟁 중 70여 회를 출격했고, 

한국 외에도 말레이시아, 몰타 등 여러 지역에서 해외파병을 경험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후 호주 공군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1985년 제20대 공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해 호주 공군을 이끌었으며, 

은퇴 후에도 공익재단 이사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셨다고 하네요.


전 호주 공군 참모총장님답게 인터뷰 내내 언사에서 기품과 기백이 넘쳤습니다.

존 뉴햄씨와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직접 만나보시죠. 



 

 

 

 

 

근접항공지원 작전을 비롯하여 101회를 출격한 스펜서 시버(Spencer R K Seaver)씨 -


두 번째로 만난 조종사는 스펜서 시버(Spencer R K Seaver)씨였습니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정한 모습으로 공감팀을 맞아 주었습니다. 


인터뷰는 아늑한 햇빛이 들어오는 시버 씨의 자택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종일관 따뜻한 환대를 받았는데요. 

여담이지만, 인터뷰 중 시버 부인이 공감팀에게 대접해 준 따뜻한 홍차와 직접 구운 쿠키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본래 공학도였던 그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공군 조종사로 자원입대했다고 합니다.

비행훈련 후 1953년 초 한국으로 파견되어 글로스터 미티어기로 101회 출격한 그는, 

존 뉴햄씨와는 다르게 전쟁 직후 공군을 전역해 남극탐험에 참여하기도 하고

민간항공사의 조종교관 등으로 일하다가 지난 1991년 은퇴했습니다. 


"조종사가 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그. 

6.25 전쟁에서의 그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직접 만나보시죠.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6.25 전쟁에 파병한 호주 공군의 핵심부대는 77대대였습니다.

우리 공군은 6.25전쟁 초기에 입은 피해를 빠르게 수습하고 본격적인 전투부대로서 편제와 능력을 갖춰나갔는데, 

당시 창설된 초창기 비행대대 중 하나가 1951년 9월에 창설된 제12비행대대(이하 ‘12대대’)였습니다. 


12대대는 이후 1953년 제102전투비행대대로 재편되어, 현재 제11전투비행단 예하에서 임무수행 중에 있는데요. 

6.25 전쟁에서 12대대는 당시 호주 공군 77대대와 함께 싸운 인연이 있는데,

이 때의 인연으로 지금의 두 부대는 각별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102대대 정예 전투조종사 3명(소령 신현인, 소령 최병욱, 대위 이영철)이

호주 공군 윌리엄타운 기지로 초청을 받아 77대대와 뜻깊은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 훈훈했던 현장, 공감팀이 놓칠 수 없겠죠.

 


 

 

 

"어서 와, 말벌집(Hornet's Nest)은 처음이지?" 

 

호주 뉴캐슬 지역에 위치한 윌리엄타운 기지는 F/A-18(호넷, Hornet)을 비롯해 

훈련기, 조기경보기 등의 다양한 기종들을 복합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호주 공군의 핵심기지입니다. 


취재팀이 기지를 방문했을 때 곳곳에서 다양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안내장교에게 물어보니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와 같은 F-35A를 수용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F-35A가 도입되면 호주 공군에서 윌리엄타운 기지가 차지하는 위상은 더욱 높아질 듯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 조종사들을 찾으니 벌써 호주 조종사들과 비행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우리 조종사들은 호주 공군의 Hawk(호크) 127 훈련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는데 

비행 전부터 호주 공군 비행환경과 우리 공군의 다른 비행교육 시스템에 대해 묻고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크기에는 호주 공군다운 캥거루 마크가 선명했습니다. 바로 호주 공군의 라운델(군용기체를 표시하는 표식) 인데요.

선명하게 그려진 라운델 위 후방석에 탑승한 우리 조종사는 취재팀의 카메라를 보자 F-15K 조종사 특유의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 

비행을 마친 후 우리 조종사들은 “호주는 공역이 넓고 소음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 적어서 

한국에서보다 조종사들이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우리 조종사들과 함께하는 이튿날이 밝았습니다.

어제가 예고편이었다면 오늘은 본방! 바로 전투기를 타는 날입니다.

우리 조종사들은 77대대의 주기종인 F/A-18에 탑승할 기회를 가졌는데요.

 

입구에 있는 대대 마크를 보니 서양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동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대대원들은 이 마크에 새겨진 동물을 사자(Lion)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국의 사자탈의 형상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주 공군 출신 퇴역 조종사인 데이비드 롭슨(David Robson)씨의 말에 따르면 

“77대대의 마크는 한국 사자(Korean Lion)로써 6.25 전쟁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네요.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마 당시 조종사들이 한국의 전통 사자춤을

우연히 접할 기회가 있었고 이에 영감을 얻어 만들었을 것이라 예상해 봅니다.

그만큼 77대대의 역사에 6.25 전쟁은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음을 느꼈지요.

 

 

 

오늘의 비행을 함께 할 호주 조종사들과 한 컷! 

왼쪽부터 Twink, Deegee, Slavo입니다. 


 

우리 조종사들은 전투조종사답게, 어제 훈련기 탑승 때보다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갖고

한국 전투기와 다른 부분들을 확인해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전투조종사들끼리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 법. 실제로 호주 공군 조종사들은 우리 조종사들의 관심에 화답하듯

땅과 바다가 스칠 듯 아찔한 초저공비행을 선보이며 기량을 과시했다는 후문입니다.

 


 

 

매끈한 몸체의 F/A-18입니다.

여기서도 호주 공군의 캥거루 로고가 눈에 띕니다.

 

 

 

양국 조종사들이 비행을 마치고 대대로 돌아왔습니다.


 

대대 곳곳에는 77대대의 역사적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조종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휴게실에도 어디든 고개만 돌리면 그들의 치열한 비행과 전투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7대대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호주식 바비큐로 준비된 작별파티였습니다. 

한국식으로 석별의 정을 나누는 술은 없었지만 맛있게 익은 고기와 소시지가 떠나는 발길을 돌리기 아쉽게 했는데요. 

102대대는 77대대에게, 77대대는 102대대에게 각자가 서로를 위해 준비한 우정의 선물을 교환하며 마지막 식사를 마쳤습니다.

한국과 호주 조종사들은 짧은 일정이었지만 유익했던 호주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내년에 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지요.


 

 

 

~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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