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 성과와 과제
국방일보 기자 이석종
세계 3대 에어쇼이자 아시아 최대 항공우주산업 박람회로 불리는 ‘싱가포르 에어쇼 2014’가 국산 항공기 T-50과 KT-1의 국제경쟁력과 시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B로 구성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장거리 항로비행을 통한 에어쇼에 참가는 물론이고 국산 기본훈련기 KT-1으로 에어쇼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공군 특수비행팀 ‘주피터’의 활약도 있었다. 이들의 활약은 자칫 지상전시행사와 세계 각국의 마케팅 활동 중심으로 진행돼 볼거리 면에서 흥행에 실패 할 뻔 했던 이번 에어쇼를 풍성하게 해 줬다.
● 해외 마케팅의 첨병 블랙이글
이미 개막식 축하비행으로 싱가포르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나이츠의 기동시범이 있었지만 그 화려함은 등장부터 색다른 블랙이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파란색과 빨간색, 흰색 등 다양한 색깔의 비행구름은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8대의 항공기가 공중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며 보이는 아찔한 공중 퍼포먼스는 보는 이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싱가포르 에어쇼 개막식에 참가한 싱가포르·호주·태국 공군참모총장 등 각국의 공군 지도자들과 항공·우주산업 관련 주요 인사들은 블랙이글의 에어쇼가 펼쳐지는 동안 탄성과 박수를 연방 터뜨렸고, 성일환 공군참모총장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거나 말을 건네며 블랙이글의 화려한 에어쇼를 추켜세웠다. 성 총장을 비롯해 이용걸 방위사업청장, 하성용 KAI 사장 등 이번 싱가포르 에어쇼 기간 현지를 찾은 국내 주요 인사들은 이 같은 블랙이글의 활약에 힘입어 적극적인 군사외교활동과 국산 항공기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 싱가포르 에어쇼의 주인공은 국산 항공기
이런 전시회 중심 에어쇼에서 ‘꽃’ 역할을 충실히 하는 공중 퍼포먼스에 등장한 항공기는 몇 종류에 불과했다. 우선 이번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한 특수비행팀은 3개였다. 싱가포르 공군 특수기동팀 ‘블랙나이츠’와 인도네시아 공군 특수기동팀 ‘주피터’, 그리고 우리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등이 에어쇼에서 특수비행을 선보였다. 이중 비상설인 블랙나이츠를 제외한 2개의 상설팀이 KAI가 생산한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었다. 자국에서 펼쳐진 에어쇼에 F-16 6대로 참가한 블랙나이츠를 제외하면 외국에서 참가한 특수비행팀은 모두 KAI의 항공기로 에어쇼에 참가한 것이었다.
주피터는 붉은색과 흰색으로 도장된 6기의 KT-1B 항공기로, 블랙이글은 검정색과 노란색, 흰색으로 도장된 T-50B 항공기로 연일 싱가포르 상공을 화려하게 수놓으면서 이번 에어쇼의 주인공이 KAI가 생산한 국산항공기임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주피터의 공중 퍼포먼스도 KT-1B 항공기의 안정성과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아름답게 펼쳐졌지만 역시 고성능 항공기인 T-50B와 최고의 비행기량을 갖춘 조종사들로 구성된 블랙이글의 공중퍼포먼스는 압권이었다.
하양·빨강·파랑의 삼색 연막을 뿜으며 8대의 T-50B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관람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행사 주최 측이 안전을 이유로 시간과 기동방식 등에서 여러 가지 제한요소를 뒀지만 블랙이글에게는 어떤 장애도 되지 못했다. 더욱이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평소 국내에서 보다 절반이하로 좁아진 비행공역은 오히려 블랙이글 기동을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 줬다.
● 해외 전력투사 자신감 확보
공군은 지난해 F-15K 전투기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레드 플래그 훈련에 참가시킴으로서 사상 첫 전투기 해외 파견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 이후 해외 공중 전력의 해외투사에 자신감이 생긴 공군은 지난해와 올해 초 잇따라 전력을 해외에 투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공중급유가 불가능한 초음속 항공기 T-50B를 직접 몰고 싱가포르까지 날아갔다. F-15K의 첫 장거리 비행과 C-130의 외국공군기지를 이용한 장거리 비행의 경험이 기반이 된 것이었다.
● 후속 군수지원도 완벽
이 과정에서 빛난 건 조종사들의 비행뿐만이 아니었다. 지원요원들의 물샐 틈 없는 완벽한 후방지원은 블랙이글의 해외 원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면서 빛을 발했다.
항속거리가 짧은 항공기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 연료탱크를 3개나 달았지만 그래도 5400여㎞를 날아가는 건 블랙이글 T-50B 항공기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KAI 관계자 역시 “이를 통해 해외 어느 곳이든 T-50의 후속 군수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항공기의 최대 장점이 이번에 발휘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국가위상 높이는 군사외교관 역할도 충실
블랙이글의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는 대한민국의 국가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완벽한 공중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것도 그렇지만 20일이 넘는 출장기간 개인행동을 철저히 자제한 채 업무는 물론 업무외적인 부분에서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완벽한 군기를 보여 준 것도 한국군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 성과의 원동력은 팀웍과 철저한 준비
블랙이글이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를 통해 거둔 이 같은 성과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준비를 한 것과 블랙이글 특유의 완벽한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C-130 수송기의 해외 파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4박 5일간의 완벽한 이어달리기식 전개일정은 어떠한 돌발 상황에도 충분히 대응 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조종사·정비사·지원요원 할 것 없이 블랙이글이 늘 외치는 구호 ‘블랙이글 팀워크’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가는 팀워크가 있었기에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 해외에어쇼에 어울리는 새로운 기동 개발과 지속적인 참가 여건 조성은 숙제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를 통해 얻은 블랙이글의 값진 성과는 새로운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대한민국과 블랙이글을 대표해 세계에 내놓을 새로운 대표기동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블랙이글의 24개 기동 중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동은 ‘태극’기동 하나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해외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블랙이글의 해외에어쇼 참가 정례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이렇게 해외 에어쇼에서 선보일 다양한 한국적 기동으로 재무장한 블랙이글이 매년 정기적으로 해외에어쇼에 참가한다면 한국의 국가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항공 산업 수출 전망도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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