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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fe

지구 저 편에서 만난 6.25의 기억, 공감팀 호주를 가다 2편

by 공군 공감 2016. 12. 8.

6.25 전쟁에서 온 몸을 바쳤던 푸른 눈의 선배를 만나다


공감팀은 우리 조종사들과 함께 캔버라에 위치한 호주국립전쟁기념관(Australian War Memorial)을 방문하기 위해 

일찍이 윌리엄타운 공군기지에서 캔버라로 가는 수송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캔버라 공항에 도착한 후 차로 20여분을 이동하여 호주국립전쟁기념과 6.25전쟁 참전비를 찾았는데요.

지면에 곧게 선 철제 기둥 사이로 당시 호주군 참전자들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서 있었습니다. 

맑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참전비에 흐르는 엄숙함이 일행을 숙연하게 만들었지요.






우리 조종사들은 전쟁터에서 전사한 호주 공군 장병들을 기리기 위해 국화꽃 한 다발을 헌정하고, 

목숨 바쳐 대한민국을 지켜냈던 이들의 희생을 생각하며 거수경례하였습니다.







호주 조종사들과 함께 방문한 호주국립전쟁기념관은 그 규모와 전시 수준이 상당하였습니다. 

전쟁 때 사용되었던 기체와 장비들이 넓은 전시관을 거쳐 유기적으로 진열되어 있었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전이 벌어지는 모습을 현대적 기술로 다시 재현하여 거대한 화면에 상영하고 있었습니다. 

푸른 제복을 입은 반가운 모습들도 보였는데요.

바로 군사훈련을 마치고 갓 군생활을 시작한 호주 공군의 이병들이었습니다. (사진 왼쪽 아래)







6.25 전쟁에서 호주 공군의 활약도 비중 있게 다루어져 있었는데, 

특히 당시 호주 공군 77대대 조종사의 조종복, 군복, 기타 장구 및 한국에서 호주로 보낸 공식서한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Korean Pointie Talkie"라고 적혀 있는 문서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조종사가 비상탈출을 하거나 기체가 파손되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을 때

지나가는 행인에게 이것을 보여주며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상용구를 써 놓은 문서입니다.

당시 조종사들은 아마 이것을 쓸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 같습니다.







전쟁기념관을 거닐다가 어떤 외국인이 우리 조종사들에게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라고 물어왔습니다. 

KPOP만큼 인기 있는 우리 조종사들! 공감팀에게도 유쾌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전쟁기념관 초입에서 빨간색의 조화를 팔고 있었는데, 동행한 호주 공군 조종사에게 무엇인지 물어보니 양귀비 꽃(Poppy)이라고 합니다. 

“호주인에게 이 꽃은 추모를 상징하는 존재”라고 취재팀에게 설명해 주었는데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 중 하나인 프랑스와 벨기에 사이 플랑드르 지역, 이 격전지를 찾았던 존 맥클레이(John McCrae) 대령은 

전사자들을 임시로 묻었던 무덤 위로 피어난 양귀비 꽃을 보았습니다. 

이는 그로 하여금 ‘플랑드르 전장에서(In Flanders Field)'라는 시를 쓰게 하는 영감을 주었고, 

이 시는 국가적 공감대를 얻게 되어 양귀비 꽃이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호주국립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명판 틈새에 무수하게 끼워져 있는 붉은 색 추모의 물결 사이로, 

102대대 이영철 대위는 6.25 전쟁 당시 산화한 호주 공군 77대대원들의 이름을 

손으로 한 명 한 명 짚어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얼굴도 피부색도 달랐던 먼 나라 이방인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호주 조종사들의 헌신에 대한 깊은 경의를 표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요.




 







치열했던 호주 공군의 참전기록들을 취재하고 확인하면서 우리는

'이들의 헌신을 너무 몰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한국 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닌 '알려지지 않은 전쟁'이다"라고 했던 6.25 참전용사 

스펜서 시버(Spencer Seaver)씨의 말이 마음 속에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인종, 문화, 언어, 지역. 그 어느 것도 공통점을 찾기 힘들지만 정말 어려울 때 헌신적으로 도와준 진짜 친구, 호주.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는 기회를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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