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ir-Life

[힐링이 필요해] 국방부 시계의 위엄! 시간이 안가

by 공군 공감 2014. 7. 17.






[힐링이 필요해] 국방부 시계의 위엄! 시간이 안가 

 



 훈련소에 입대를 한지 3일이 지났다. 군대에 입대하면 실컷 운동을 시킬지 알고 긴장을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대기만 할 뿐이다. 이곳에 들어온지 몇 년은 지난듯 싶은데, 아직 1주도 지나지 않았으며 심지어 아직 오늘 점심 조차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온다. 배고프다. 윤동주가 ‘별하나의 추억과 별하나의 사랑과…’를 읊었다면, 나는 피자에 이어 치킨이 떠올랐고 이어서 떡볶이까지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한거 같은데 7분밖에 흐리지 않았다. 새삼 느낀다. ‘이것이 국방부 시계의 위엄인가’  







같은 군대에 있다고 해도 계급에 따라 느끼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자대를 배치 받고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이 안가’라는 말은 장병들이 내뱉는 말 중 아마 TOP3 안에 들어갈 것이다. 이 고민은 계급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것도 특징이다. 심지어 제대가 가까운 병장들도 ‘국방부 시계’의 위엄을 울부짖는다.  

  

 












 주말인데 뭐 하지? 아니 뭘 할 수 있을까...

 


  모처럼 연휴이다. 심지어 창밖을 보니 날씨까지 좋다. 가족들은 나들이를, 커플은 데이트를 나갈 날이다.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다. ‘이런데 부대에 있다니! 억울해서 어떻게!’ 선택할 수 있는 답안은 한가지다. ‘억울해져야지…. 더 억울해져야지!’ 종종 군대에서 연휴를 맞이하게 된다. 추석에 주말 전투휴무까지 겹치면 사회에서의 연휴보다 더 길다. 연휴 며칠전만 해도 늦잠자도 자고, 사지방도 가고, 축구도 하고 희망에 부풀었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 오히려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여유와 공허한 시간은 다르다.  한병철은 <시간의 향기>에서 공허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텅 빈 시간 말이다.  사회에선 자유에선 선택지가 많았다. 하지만 군대에선 다르다. 정말로 선택지가 줄어든다.  

 





충만한 시간의 반대상은 시작도 끝도 없이 공허한 지속으로 늘어진 시간이다. 공허한 지속은 휩쓸려가는 시간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과 이웃하고 있다.  공허한 지속은, 이를테면 가속화된 행위의 음화 또는 거기서 소리를 뺀 형식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면 남겨지게 될 시간, 텅 빈 행위의 시간 형식인 것이다. 

  - 한병철, <시간의 향기> 

 






군대에 있는데 주말에 날씨까지 맑으면 우리의 절망감은 더욱 커진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아   

 


'시간이 멈춘 것 같아' 아마 모든 장병들이 한번씩 하는 질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는 가장 중요한 자세가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오로지  20대의 몇 년을 전역만 바라보고 살 생각이라면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야 한다. 천 번을 포기해야 어른이 되며 아프니까 포기하면 된다. 우리의 생각이 거기에 묶여 있는 순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가 된다.  리가 제대만을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도 나의 삶의 이야기 중 한 부분이다. 언젠가는 제대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제대를 하면 무엇이 남을까? 우리는 순간 순간의 경험을 연결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 영화 Her에서 OS인 사만다는 경험을 통한 학습력을 이용하여 설계된 그 이상으로 발전한다. 군생활을 돌아보면 정말 수많은 상황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훈련소, 제설작업, 당직 등 나열하기도 힘들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이 아니라 경험과 경험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경험하고 있고 삶의 일부를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내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능력이 있어. 근본적으로 매 순간 진화해. 너처럼 말이야. 

What makes me me is my ability to grow through my experiences. Basically, in every moment I'm evolving, just like you.

- Samantha, Her, 2013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라는 깨달음. 풍요로운 인생, 그리고 풍요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계속 배워야 한다는 사실.

- 오하시 가나, 오하시 유타로, <핀란드 처럼> 


 

 



















 


우리는 생각보다 


 학수고대하는 제대일이 우리에겐 희망인 것은 사실이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의무복무를 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돈 때문에 하는거지 쌀이나 보내"를  연신 외치는 북쪽 동네 덕에 우리는 군복을 입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대일을 앞당길 수있는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싫건 좋건 이 시간은 우리가 반드시 거쳐 가야할 과정이다. 그리고 군생활은 단순히 시간만 때우든, 무언가 배우는 시간이든 전적으로 자신의 몫으로 남겨 둘 수 밖에 없는 것도 군 생활이다.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의미를 스스로 찾고 이해할 때 군생활에 가치가 생긴다. 다만 '군인이라서...' 와 같은 부사로 너무 많은 것들을 한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생각보다 해보지도 않은 것들에 대해서 너무 유식하곤 하다. 









동일한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과 성장에 관련된 책들

한병철. 2013. <시간의 향기> 문학과지성사.
오하시 가나, 오하시 유타로. 2012. <핀란드 처럼> 디자인하우스.
파울로 코엘료. 2001. <연금술사> 문학동네.
스티브 도나휴. 2011. <인생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김영사.
알베르 카뮈. 1997. <시지프 신화> 책세상.
스파이크 존스. 그녀 (Her, 2013).











댓글